저출생 문제는 숫자로 먼저 드러나지만, 실제로는 삶의 분위기와 사회의 인식 속에서 더 깊게 작동한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투입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결혼과 출산, 양육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정책의 체감도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김진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 부위원장은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종교계를 방문지로 정하고 4월 28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예방하였다.
김진오 부위원장은 서울시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만나 저출생 대응에 관한 의견을 듣고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과 진우스님은 저출생 대응이 국민의 생활과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는 점을 공유했고, 범정부적 노력과 함께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사회 전반의 긍정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번 만남의 의미는 ‘종교계 방문’이라는 형식보다, 왜 종교계가 저출생 대응의 중요한 파트너로 불리는가에 있다. 저출생은 단지 지원금이나 제도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계의 문화,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감정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는 오랫동안 공동체 윤리와 삶의 가치, 돌봄과 위로의 언어를 다루어 온 영역이다. 결혼과 출산, 양육에 대한 종교계의 역할을 요청하는 것은 단지 상징적 제스처가 아니라, 사회 인식 변화의 통로를 넓히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가의 어려운 시기마다 난제 해결을 위해 협력해온 불교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가족과 출산의 행복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종교계의 역할과 도움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조계종이 사찰 만남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선명상 대중화 등으로 젊은 세대가 평안과 희망을 통해 긍정적인 결혼관을 형성하는 것과 가족친화적 사회문화 조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출산율 문제를 주로 경제적 지원과 제도개선의 언어로 설명했다면, 이제는 삶의 불안과 관계의 위축, 청년 세대가 미래를 어떻게 느끼는지에 관한 것까지도 함께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를 대한민국 ‘인구정책 전환의 원년’으로 삼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인구정책을 만들고, 실질적 성과를 조속히 내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구문제 대응을 위한 공감대 확대를 위해 정부, 시민사회, 기업, 종교계, 언론, 학계 등 범사회적 주체가 참여하는 협의체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저출생 대응을 더 이상 특정 부처의 정책 과제로만 두지 않고, 사회 전체가 함께 다루는 문제로 확장하려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 준다. 이것은 저출생 대응이 제도를 보완하는 일과 함께, 결혼과 출산, 양육을 둘러싼 사회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선택은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과 함께 삶과 관련된 여러 조건 위에 놓인 감정과 기대, 관계의 문화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정부도 종교계를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화적 관계 속에서 저출산과 고령 문제의 해법을 실현해 나가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