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상위원회는 강성규 운영위원장이 지난 4월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브루나이를 방문해 아세안 지역과의 영화·영상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필름커미션 설립 협력 기반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영화산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한 도시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촬영지와 인프라, 제작 역량이 중요하다는 점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어느 도시가 더 넓은 협력망을 가졌는지, 어느 기관이 더 많은 파트너와 실질적인 연결을 만들어 내는지가 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런 점에서 부산영상위원회 강성규 운영위원장의 이번 아세안 순방은 단순한 해외 방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부산이 축적해온 필름커미션 운영 경험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부산이 아시아 영화·영상 협력의 허브로서 어떤 역할을 하려 하는지 보여 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번 순방은 부산영상위원회가 의장과 사무국을 맡고 있는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와 넷플릭스 사이 업무 협력의 후속 사업으로 추진됐으며, 아시아 영화·영상 기관 사이의 협력 범위 확대와 회원 네트워크 강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이번 순방의 가장 뚜렷한 성과 가운데 하나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AFCNet 가입 추진을 구체화했다는 점이다. 강 위원장은 라노 카르노(Rano Karno) 자카르타 부주지사와 주정부 산하 관계 부처(OPD)를 만나 필름커미션 설립을 위한 실무 자문과 AFCNet 협력 체계를 공유했다.
자카르타는 오는 7월 필름커미션 공식 출범과 함께 AFCNet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회원 수 확대의 의미를 넘어, 아세안 핵심 도시가 지역 영화산업 협력망 안으로 본격적으로 들어온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자카르타가 단지 한 도시가 아니라,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의 상징적 거점이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규모와 내수 시장, 젊은 창작 인력이라는 측면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시장의 중심 도시가 AFCNet과 연결된다는 것은 앞으로 촬영 유치와 공동제작, 인력 교류, 기술 협업과 같은 다양한 가능성이 더 구체적인 경로를 갖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이번 방문에서 현지 주요 프로듀서와 제작사, 극장, 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한-인니 영화·영상 산업 사이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인공지능 기술 협력과 공동제작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 대화를 이어간 것도 바로 이런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이 지점에서 부산의 역할은 단순한 참가자에 머물지 않는다. 부산은 이미 오랜 시간 국내외 촬영 지원과 영화제, 영상산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영화도시의 위상을 다져 왔다.
이번 순방은 그 경험을 외부에 설명하는 수준을 넘어, 다른 국가와 도시가 실제로 필름커미션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시 말해 부산은 이제 협력망 안에서 도움을 받는 도시가 아니라, 운영 모델과 제도 경험을 수출하는 도시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브루나이 방문은 그런 점을 더 선명하게 보여 준다.
브루나이 정부는 현재 브루나이 필름카운슬(Brunei Film Council, 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강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부산의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메이저급 영화 촬영 유치를 위한 활용 방안, AFCNet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산업 육성 전략 등을 제시했다.
그는 브루나이 문화청소년체육부와 정보통신기술산업청을 방문해 기관 관계자들과 조직 구성, 운영 방향, 국제 협력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부산영상위원회가 단지 촬영 지원 기관으로서의 기능만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필름커미션은 단순히 촬영 허가를 내주거나 현장 편의를 제공하는 기구가 아니다. 잘 운영되는 필름커미션은 도시의 정책과 산업, 로케이션 자원과 행정 시스템, 국제 네트워크와 인재 육성을 함께 묶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브루나이처럼 이제 막 필름카운슬 설립을 검토하는 국가에 부산의 경험이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산이 쌓아 온 노하우가 국제 협력 자산으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번 순방은 AFCNet이라는 틀의 의미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아시아 영화산업은 오랫동안 각국의 개별 성장에 더 무게가 실려 왔다. 그러나 플랫폼과 OTT, 공동제작, 로케이션 유치 경쟁이 심화하는 지금, 개별 도시나 국가가 홀로 성장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어느 도시가 더 많은 국제 파트너를 갖고 있는지, 어느 네트워크가 더 빠르게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 기회를 열어 주는지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AFCNet이 단지 이름뿐인 연대가 아니라, 실제 필름커미션 설립과 회원 도시 확장, 공동제작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잘 보여 준다.
넷플릭스와의 업무 협력 후속 사업이라는 점도 의미가 작지 않다. 오늘의 영화·영상 산업은 더 이상 전통적인 극장과 로컬 제작 환경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글로벌 플랫폼은 콘텐츠 유통뿐 아니라 제작과 투자, 로케이션 수요와 인력 이동까지 함께 바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FCNet과 넷플릭스의 연결, 그리고 그 후속 사업으로서 이번 순방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아시아 지역 영화·영상 기관들이 이제 글로벌 플랫폼 환경 속에서 어떻게 협력해야 할지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성규 운영위원장은 “이번 순방은 부산이 축적해온 필름커미션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가들과 실질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한 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도 AFCNet을 중심으로 교류를 확대해 아시아 영화산업의 동반 성장을 끌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부산은 더 이상 국내 영화도시라는 지위에 머무르지 않고, 아시아 영상산업의 연결자이자 조정자로서의 역할까지 시도하고 있다. 자카르타와 브루나이와의 협력 확대는 부산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면서 동시에, 아시아 영화산업의 협력 지도를 다시 그리는 출발로도 볼 수 있다.
산업의 성장은 결과로 확인되지만, 그 출발은 늘 관계와 신뢰, 그리고 먼저 손을 내미는 네트워크에서 시작된다. 이번 순방은 바로 그 사실을 보여 준 자리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