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아이들에게 종종 초록의 배경으로 먼저 다가온다. 나무가 많고, 바람이 불고, 걷기 좋은 장소라는 정도의 감각이 전부일 때도 많다. 그러나 숲은 자세히 볼수록 전혀 다른 세계가 된다. 같은 잎과 열매도 생김새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고, 나무껍질의 자국 하나에도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남는다.
이렇게 숲을 ‘그냥 보는 곳’에서‘읽는 곳’으로 바꾸는 경험은 어린이의 감각과 상상력, 생명에 대한 태도를 함께 자라게 한다. 이런 점에서 국립수목원이 올해 상반기 운영한 ‘키즈탐험대’는 단순한 자연 체험을 넘어, 아이들이 숲을 생명의 지도처럼 읽어 보는 입문 프로그램이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은 ㈜더네이쳐홀딩스(대표 박영준,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키즈)와 협력해 진행한 2026년 상반기 ‘키즈탐험대’를 성황리에 마쳤다고 5월 11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 1명과 보호자 1명이 한 팀이 되어 수목원의 생물종 탐사 지도를 자기 주도적으로 완성하는 체험 중심 프로그램이다. 이번 탐험은 5월 9일 국립수목원(포천), 영흥수목원(수원), 해운대수목원(부산)에서 동시에 열렸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누군가가 미리 정리해 둔 답을 전달받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관찰하고 발견하며 지도를 채워 가는 데 있다. 숲은 설명을 들을수록 이해되기도 하지만, 직접 찾아볼수록 더 오래 기억된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생물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기록하는 과정에서 숲은 추상적인 자연이 아니라, 구체적인 생명의 현장으로 바뀐다. 국립수목원이 이 프로그램을 ‘자기 주도적 탐사지도 완성’ 형식으로 설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립수목원에 따르면 이번 탐사 프로그램은 말의 해를 맞아 네 가지 활동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말발굽을 닮은 식물 열매를 관찰하고, 눈을 감고 숲을 느끼며, 전시원에 서식하는 곤충을 찾고, 광릉숲에 사는 딱따구리의 흔적을 찾아보는 체험을 했다.
이 프로그램이 인상적인 이유는 생물을 단지 ‘이름 외우기’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닮은 모양을 통해 식물을 관찰하게 하고, 눈을 감고 숲을 느끼게 하며, 흔적을 통해 동물의 존재를 상상하게 하는 방식은 감각과 추론, 호기심을 함께 끌어낸다. 즉, 이번 체험은 숲을 지식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의 감각과 놀이를 통해 익히게 하는 구조로 진행했다.
특히, ‘딱따구리 흔적 찾기’ 같은 활동은 생물다양성을 이해하는 좋은 입구가 된다. 실제 동물을 눈앞에서 보지 못하더라도, 나무에 남은 자국이나 주변의 변화만으로도 숲속 생명의 존재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 감수성은 언제나 정면의 관찰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짐작하고, 작은 흔적에서 연결을 상상하는 힘 역시 중요하다.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어릴 때부터 하게 되면 숲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이 서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관계의 공간으로 이해되기 시작한다.
국립수목원은 2023년부터 내셔널지오그래픽 어패럴 키즈와 함께, 산림청 등록 수목원들의 협업을 통해 이 같은 산림생물종 탐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는 일회성 이벤트에 머무르지 않고, 어린이의 산림생물 관심을 꾸준히 키워 가는 방향으로 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생물다양성 교육은 한 번의 관람이나 설명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반복적인 관찰과 경험, 그리고 다양한 지역에서의 확장이 함께 이뤄져야 비로소 생활 속 감수성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포천·수원·부산 3개 지역에서 동시 진행된 이번 운영 방식은 지역 확장성과 지속성을 함께 보여 준다.
국립수목원 배준규 전시교육연구과장은 “식물의 독특한 모양을 더 가까이에서 관찰한 경험이 숲과 나무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며, “수목원에 서식하는 산림생물에 대해 어린이들이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체험 중심 교육 기회를 지속 제공하겠다”라고 하였다.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생태 교육은 거창한 구호보다 먼저, 생물을 직접 보고, 듣고, 찾고, 기록하는 작은 경험에서 시작된다. 숲은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는 대상일 수도 있지만, 더 좋은 방식은 스스로 질문을 만들게 하는 공간이 되게 하는 것이다.
말발굽을 닮은 열매를 보고 웃고, 눈을 감고 바람과 냄새를 느끼며, 딱따구리의 흔적 앞에서 상상하는 그 순간들이 모이면 아이는 숲을 그냥 지나치지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프로그램은 생물다양성 교육을 ‘가르치는 일’에서 ‘관심이 생기게 하는 일’로 옮겨 놓았다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