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더 이상 한여름 며칠의 불편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도시의 열기는 길게 머물고, 그늘 없는 보행로와 휴식 공간의 부족은 노약자와 아동, 야외 노동자와 일반 시민 모두에게 생활의 부담이 된다.
기후위기는 거대한 담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잠시 앉아 쉴 그늘이 있는가”와 같은 매우 일상적인 질문으로 다가온다.
이런 점에서 산림청 국립수목원(원장 임영석)이 일상 속 생활정원 확대를 위한 ‘2026년 보급형 모델정원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태안군에서 개최되는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에서「폭염쉼터정원」을 선보이는 것은 더위가 일상이 된 시대에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과 식물을 함께 살게 할 것인가를 보여 주는 하나의 생활형 해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립수목원은 공공정원 확산과 도심 속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지속적인 정원 연구와 다양한 유형의 정원 모델을 개발·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정원박람회에서 ‘정원 한 스푼’, ‘숲을 품은 정원’, ‘서식처 정원’, ‘폴리네이터정원’, ‘저관리형정원’ 등을 선보이며 국민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폭염쉼터정원’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환경에 대응해 식물과 사람이 함께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쉼터형 정원이다. 목재 구조의 그늘 쉼터와 나무의 수관을 활용해 채광과 그늘을 조절하고, 쾌적한 미기후(微氣候, microclimate, 미세기후)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간은 ▲그늘쉼터정원 ▲상록정원 ▲공생정원의 세 공간으로 구성된다. 그늘쉼터정원은 나무살의 간격과 두께를 조절하여 직사광선을 완화해 숲과 유사한 반음지나 음지 환경을 조성하고, 상록정원은 상록성식물을 활용해 사계절 푸른 경관을 제공한다. 공생정원은 식물 사이 상호작용을 고려한 다층식재로 생물다양성 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국립수목원 배준규 전시교육연구과장은 “이번 「폭염쉼터정원」과 같은 모델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정원 모델을 지속하여 개발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는 4월 25일부터 5월 24일까지 개최되며, ‘폭염쉼터정원’은 박람회 종료 이후에도 꽃지해안공원에 존치되어 관람객이 계속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립수목원은 박람회 동안 태안지역 복지센터와 함께 소외계층을 초청하는 ‘정원산책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기후위기 대응은 거대한 기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실제로 매일 마주하는 공간을 어떻게 바꾸느냐도 체감도를 좌우한다. 정원은 단지 “아름다움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건강과 쉼, 생태와 기후 대응을 함께 품는 생활 인프라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정원은 보기 좋은 풍경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후위기 속에서 필요한 정원은 사람을 잠시 멈춰 쉬게 하고, 식물과 곤충이 머물 자리를 제공하며, 뜨거워진 도시 안에서 작지만 분명한 회복이 이루어지게 하는 공간이다.
국립수목원이 이번에 제안한 것은 바로 이런 정원, 즉 폭염 속에서도 사람이 견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시의 작은 숲이라고도 할 수 있다.

